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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생각에 육체를 쥐고 망할 아니었지만페스티벌의 계절입니다. 어떤 에너지를 얻고 있나요 공연하면 ‘고생했다’ ‘힘들겠다’라고들 하는데, 저는 정말 관객에게서 더 큰 에너지를 얻고는 해요. 항상 무대가 재미있고, 기다려지고, 영원히 이렇게 살고 싶죠. 대학 축제에 가면 관객석에 있는 친구들이 참 젊구나, 그런 생각도 좀 하고요(웃음).
지난 5월 단독 콘서트 〈The Dreamest〉도 있었죠. 새 앨범 첫 번째 트랙인 ‘새 발자국(Turning page)’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것처럼 지금 권진아도 새로운 페이지를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1인 기획사인 어나더 레이블과 새로운 출발도 알렸고요 작업하고, 공연하는 일상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다만 책임감은 좀 커졌어요. 이제 숨을 데가 없거든요. 안주하지 않고 달려인터넷신천지
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인데, 요즘 또 느낀 건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는 없다는 거예요.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열심히 시청 중인데,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보며 치열하게 하는 사람도 잘하지만 그 위에 있는 건 정말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배워요. 저 또한 30대가 됐을 때는 더 즐겁게 할 수 있길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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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생이니까 만으로 28세인데 벌써 30대 생각을 많이 하네요 에이, 나이를 만으로 따지는 건 의미 없죠. 굳이 앞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여러 생각을 자연스레 하는 시기 같기는 해요.
콘서트에서 댄스 실력도 보였습니다. 노래, 춤, 연주까지한일단조 주식
잘하는 게 많아 뭘 보여줘야 할지 고민되기도 할 것 같아요 발라드곡 비중이 높았던 시기에는 공연을 구성하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동안 싱글을 통해 여러 시도를 하기도 했고, 이번 앨범 수록곡의 장르도 다양한 편이라 이번 콘서트에서는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었죠.
1980~1990년대 R&B 무드를 보여준 이번 유망주
앨범 수록곡 ‘Stillmissu’처럼 말이죠. 이런 시도는 권진아에게도 도전인가요 항상 이런 스타일의 곡을 듣고 따라 부르고, 작업해 왔기 때문에 개인적 이질감은 없어요. 그동안 발라드를 부를 때 R&B같이 들리지 않게 오히려 덜어내려고 노력했거든요. 이번에는 마음껏 뽐내며 부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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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르만 했다면 어쩌면 이 일을 오래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저는 재미있는 걸 하고 싶거든요. 이번 시도를 통해 어떤 지표랄지, 새로운 길이 생긴 것 같아요. R&B 앨범을 내봐도 좋겠다거나 이런저런 계획과 방향이 생겼죠.



권진아가 입은 레이스 트리밍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McQueen. 버건디 컬러 도트 비키니 톱은 & Other Stories.


콘서트 객석 반응 중 기억에 남았던 것은 사실 발라드는 사람들이 워낙 숨죽이고 듣기 때문에 무대에서는 반응을 잘 알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 더블 타이틀곡인 ‘재회’와 ‘놓아줘’가 끝나자 박수치는 소리가 정말 컸던 기억이 나요.
2021년 발매한 〈우리의 방식〉은 권진아가 처음 프로듀싱한 앨범이었습니다. 새 앨범은 모든 곡을 직접 써야 한다는 중압감을 조금 내려놓은 것처럼 보여요. 다양한 이들과 곡 작업을 하면서 즐거웠던 점은 제가 쓸 수 있는 멜로디를 넘어선 다른 접근 방식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내가 쓴 노래를 듣고 나를 알게 됐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직접 곡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요즘같이 모든 게 빠른 시대에서 내가 좋은 곡을 쓸 때까지 모두 기다리는 건 좀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좋은 곡을 내가 잘 부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더라고요. 한결 수월하기도 하고요(웃음).
첫 자작곡 타이틀은 2017년 발표한 ‘Fly away’였어요. 다만 곡을 쓰는 방법을 아카데믹하게 배운 건 아니라고요 지금도 제가 곡을 잘 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아, 별로다’라고 생각하는 게 80% 이상이고, 가끔 행운 같은 순간이 찾아올 뿐이죠. 회사에서 곡을 써보라고 하니까 썼던 그때나 지금이나 어딘가 던져진 기분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주어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아 늘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럼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곡이 일치할 때 생기는 기쁨이 있지 않나요 예전에는 수행자 역할에 가까웠다면 〈우리의 방식〉을 기점으로 나는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은지, 이 일을 오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긴 해요. 이별 노래를 부르는, 지고지순한 캐릭터로만 살고 싶지 않았던 거죠. 실제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요. 결과가 별로일지언정 내 손으로 뭔가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만은 있었어요. “나 이번 앨범 진짜 한번 폭삭 망해보고 다시 시작할 거야”라며 말하고 다녔으니까요.



권진아가 입은 브라운 도트 비키니 톱과 탱크톱은 모두 s/e/o. 둘째 손가락에 착용한 골드 링은 Dana Burton. 넷째 손가락에 착용한 골드 링은 Cellmute.


방어기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거죠 당연히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죠. 사실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도 나의 온전한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이 우리에게 별로 주어지지 않잖아요.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려고 했어요.
2022년 〈엘르〉와 만난 적 있어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 가장 사랑하는 가사를 묻고, 그걸 타이포그래피화하는 작업이었죠. 당시 ‘여행가’의 가사를 소개하며 눈앞에 장막이 하나 걷히고, 피부에 새살이 돋는 것 같았던, 진짜 나답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곡이라고 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지금도 남아 있나요 그럼요. 원래 실리지 않을 뻔한 곡이었는데 제가 막바지에 꼭 넣고 싶다고 해서 〈우리의 방식〉 앨범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됐죠. 이 곡을 쓸 때 내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고, 아마 처음으로 고집을 좀 부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당시 밝고 씩씩한 곡을 상상하며 ‘여행가’를 재생했다가 담담하고 차분한 곡이라 의외라고 느꼈던 기억이 나요. ‘불안하고 아름답게 헝클어지자’라는 ‘우리의 방식’도 마찬가지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곡을 쓸 때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어요. 해방감의 한편에는 내가 뭔가를 결정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의 책임감을 처음으로 크게 느낄 때였으니까요. ‘여행가’는 제 안의 많은 것이 격변할 때, 과거의 나에게 안녕을 고한다는 마음으로 쓴 곡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Raise up the flag’ 같은 곡이 바로 고무되고 벅차오르죠 그때가 제일 힘들었을 때인데(웃음)! 정말이지 노래는 어떻게 사랑받을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나는 힘들어서 쓴 건데 사람들은 모를 때도 있고, 담백하게 쓴 곡에 사람들이 줄줄 울 때도 있고요.



권진아가 입은 도트 홀터넥 톱과 이어링은 모두 Zara. 그레이 데님 팬츠는 We11done. 슈즈는 Jimmy Choo. 벨트는 Toga Pulla.


뮤지션 레이베이는 한 인터뷰에서 “내 팬들은 나를 닮았다. 10대 시절 내 팬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면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적 있어요. 권진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지 곡을 쓰다 보면 정말 바보 같은 경험과 취약한 부분을 꺼내게 돼요. 내 안에 뭔가 존재하고, 그걸 뱉어내야 되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내 마음이 어떤지 살필 겨를도 없고, 일상을 살다 보면 또 그런 부분을 회피하는 게 생각보다 쉽기도 하고요. 제가 끄집어낸 약한 부분을 보며 ‘아, 나도 이런 마음이 있지’라는 공감과 위로를 얻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솔직히 그래도 가사는 내가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잘 쓴다고 생각해요.
역시(웃음)! 제가 타고난 몇 가지 재능 중에서 작사를 잘하는 능력이 있다는 건 저 스스로 좀 칭찬해 주고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피상적으로 쓰면서도 주제가 분명한 가사를 쓰거든요. 심연을 직시하는 법도 조금은 알고요.
사랑과 이별을 둘러싼 가사는 종종 애처롭고 유약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놓아줘’의 화자는 단호하고, ‘Stillmissu’는 자신만만해요. 관계를 대하는 권진아의 태도도 조금 바뀌었나요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리니까 모든 부분에서 서툴 수밖에 없었고, 생각과 감정이 산발적이고 정리가 안 되는 면이 있었어요. 경험치가 좀 더 쌓인 지금은 가끔 자신을 놓아주는 게 서로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연인이든 친구든, 누구를 대하든 말이죠.



권진아가 입은 네이비 트랙 재킷은 Grand Collection by Timbershop. 네이비 도트 패턴 비키니 톱은 s/e/o. 도트 패턴의 마이크로 쇼츠는 Partimento Women.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Love & hate’에는 김도연과 홍태준이, ‘재회’에는 노상현과 박유림이 각각 커플로 등장해 멜로 연기를 선보이는데 혹시 ‘얼빠’인지(웃음) 맞습니다. 사람이든 뭐든 다 예쁜 걸 좋아해요. 캐스팅 때 의견도 많이 냈고요(웃음). 다들 흔쾌히 출연을 승낙해주셔서 정말 행복했죠. 특히 ‘재회’는 촬영이 쉽지 않았는데 맨 처음 촬영한 노상현 씨의 첫 대사 한 마디에 모든 이야기가 다 담긴 기분이었어요. 박유림 배우가 침대에서 또르르 눈물 흘리는 장면도 너무 예쁘고, 많은 여성분이 공감했죠.
권진아는 어떤 창작물에 위로받나요 전 잡지 보는 것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인터뷰를 읽으며 사람들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 이렇게 돌파구를 찾았다는 걸 보면서 용기를 많이 얻어요. 가사도 그렇고요. 누군가의 창작물이라는 건 결국 그 사람이 고민한 세월과 에너지가 함축된 것이라 영감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K팝스타3〉로 처음 대중 앞에 선 것이 무려 2013년의 일입니다. 그 사실이 지금의 권진아에게 미친 영향도 있을까요 몸과 마음의 감기가 세게 온 시기도 있었죠. 덜 아팠을 수도 있지만 지나온 과정은 다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일적인 자아와 사적인 자아가 분리되지 않아서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이 제 자아를 건드릴 때는 괴롭기도 한데, 또 그게 완벽히 분리된다는 것도 좀 웃긴 것 같거든요. 양가적이에요.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분리하고 싶음과 동시에 도태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냥 계속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죠.
쓰고 싶은 것, 노래하고 싶은 게 사라질까 봐 걱정도 하고요 매일이 그렇죠. 오늘도 촬영을 마치고 작업하러 갈 텐데, 제대로 뭔가를 만들 수 있을지 두려워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계속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