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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 앞의 ‘북한인 쇼핑 거리’. ‘금수산’ ‘묘향산’ ‘보통강’ 같은 상호의 잡화점 10여 개가 붙어있는 이곳에 여느 때와 달리 상자들이 문 앞에 쌓여 있었고 승합차들이 분주하게 짐을 싣고 내렸다. 제품을 사가려는 북한인들도 삼삼오오 가게를 들락거렸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이곳 가게들은 북한에서 출장 온 사람들이나 귀국을 앞둔 북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데, 요즘 북·중 인적 교류가 늘면서 오랜만에 성업 중”이라고 했다.
가게들 상당수는 입구에 ‘포장 배송 북경~단둥(북·중 접경지역)’이란 문구를 걸어놓고 있었다. 이곳에서 파는 주택거래활성화 중국제 TV·세탁기 등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보다 훨씬 비싸지만, 북한인들은 이 ‘배송 서비스’ 때문에 이곳을 이용한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단둥’이라고 써놨지만, 실제로는 평양까지 배달해준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 앞의 ‘북한인 쇼핑 거리’의 한 잡화점 울산중기청 내부/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 앞의 ‘북한인 쇼핑 거리’의 한 잡화점 내부/베이징=이벌찬 특파원


기자가 들어선 2평 남짓 가게 내부에는 북한인들이 통신신용불량자 좋아하는 두꺼운 겨울 외투와 가죽화가 잔뜩 전시돼 있었고, 벽 한 면을 뒤덮은 매대엔 ‘보풀제거기’ ‘보온밥통’ ‘손전화기(휴대폰)’ ‘머리물감(염색약)’ ‘흡진기(청소기)’ 등의 한글 제품명이 적혀 있었다. 40대 주인은 기자가 중국어로 외투를 사겠다고 말하자 “브랜드도 아닌데?”라면서 650위안(약 12만원)이란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 또 다른 가게 저신용자채무통합 앞에서는 냉장고 두 대를 포장 중이었는데, 기자가 관심을 보이자 “우리는 도매상”이라며 문의를 거절했다. 북한인 아니면 어차피 이곳서 물건을 사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손님 취급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유람선 타고 中단둥 둘러보는 北주민들 - 지난 4월 북한 신의주를 출발 인천창업자금지원 해 중국 단둥 지역을 오가는 유람선에 탑승한 북한 주민들이 단둥 방면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가 최근 양국 간 관광이 재개되는 등 다시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우인


코로나 사태로 북·중 국경이 전면 봉쇄되고 이후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상대적으로 북·중 관계는 소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최근 관계 회복 기류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양측의 인적 교류가 크게 늘었고, 16일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여행 사이트에서는 2020년 1월 이후 5년 6개월 동안 중단된 평양~베이징 여객열차 스케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열차는 매주 월·수·목·토에 단둥·선양을 거쳐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게 된다. 평양과 상하이항공 항공편도 정기 노선이 부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한반도 문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과 끈끈한 관계를 다시 구축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달 초 평양의 중국 대사관이 주최한 북·중 우호조약 체결 64주년 기념 연회에 주빈의 급이 높아진 것도 관계 회복 일환으로 해석됐다. 북한 측에서는 강윤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고, 왕야쥔 중국 대사는 “중국 측은 언제나 자주적 발전의 길을 따라 나아가는 조선을 견결히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에는 북한 측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 참석했었고, 북한 매체는 구체적인 연설 내용을 알리지도 않았다.
중국이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을 앞두고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매체 ‘환위관찰자’는 “주중 북한대사관은 북한 전역에서 5개월간 조사한 농지·항만·의료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베이징에 전달했고, 중국은 이를 토대로 성·시 30곳을 동원해 ‘대북 지원 연합팀’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청진·나진 등에 기술훈련센터를 짓거나 항만 장비를 지원한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했다. 올 1~5월 북·중 무역액은 10억3000만달러를 돌파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냉동 생선과 산둥성 소시지를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북한으로 향했고, 북한은 중국으로 가발을 날랐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올 초부터 북한 노동자들이 다시 중국으로 신규 유입되는 정황도 포착된다”고 했다. 옌볜대 조선어과 장후이 교수는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훈춘 야시장에 요즘 북한 종업원이 늘었고, 이들은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저축에 열심”이라고 전했다.
다만 북·중 관계의 급속 밀착을 예견하기에는 시기상조란 반론도 나온다. 중국이 과도하게 북한과 연대해 한·미·일과 갈등을 키우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랴오닝성 단둥의 북·중을 잇는 새 다리인 신압록강대교는 수년째 개통한다는 풍문만 무성하고, 중국 측 대교는 최근 전면 재정비를 마쳤는데도 북한 측은 공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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