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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얼마나 최씨 학계에서는 쓰지 잔을 능력떙볕아래 사투 :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에서 조언 문화일보 기자가 정순희(80·가명) 할머니를 도와 폐지를 수집하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정 할머니는 쉬지 않고 폐지를 모으며 생활비를 마련했다. 백동현 기자


“이거라도 해야 먹고 살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골목. 계속되는 폭염에 아침부터 숨이 턱턱 막혔다. 기자가 전날부터 폐지를 수집하는 고령자들을 직접 따라다녀 보니, 동행 취재를 시작하고 10분도 되지 않아 땀이 이마를 타고 줄줄 흘렀다. 반팔옷이 금세 흠뻑 젖어 불볕더위가 실감이 났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정순희(80·가명) 할머니는 리어카를 끌며 아파트 구입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정 할머니는 폐지를 모은 지 15년 가까이 됐다고 했다. 남편이 세상을 뜨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리어카를 끌기 시작했다. 그가 끄는 리어카의 무게는 무려 160㎏에 달한다고 했다.
최근엔 더위가 너무 심해 새벽녘부터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2시간,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신길3동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서 대신시장 골목, 영등포여중 인근까지 5~6㎞를 오가는 ‘강행군’을 하며 폐지를 줍는다. 그는 “자식들은 고생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하는데 영감도 먼저 가고 집에 있기가 편하지 않아”라며 “이거라도 해서 한 달에 15만~30만 원 벌면 살림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역시 신 좋은징글벨락체 길동 골목에서 폐지를 모으고 있는 이영미(63·가명) 씨의 복장은 전혀 여름옷 같지 않았다. 길게 늘어진 소매, 모자,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바지 차림. 이 씨는 “햇빛이 너무 세서, 이렇게 옷으로 가리지 않으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따갑다”며 “반팔은 못 입는다”고 했다. 폭염 속에 주택가 골목을 하루 12시간씩 누비는 이 씨에게 햇빛을 피하기 위한 긴소매, 연차휴가계산기 긴바지 차림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시원한 복장’은 그에게 사치다.
이들을 계속 따라가 보니 고물상이 나왔다. 잠시 후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끈 고령자들이 하나둘 고물상 앞으로 모여들었다. 땀에 젖은 얼굴로 도착한 이들은 리어카를 저울 위에 올려 무게를 쟀다. 이내 5000원권 한 장과 1000원짜리 몇 장을 받아 들고는 하나로통신요금 다시 골목 어귀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이들이 하루 종일 거리를 돌아다닌 끝에 손에 쥐는 건 고작 5000~6000원 남짓.
게다가 불경기 여파로 폐지를 줍는 노인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폐지 가격은 바닥을 모른 채 추락 중이다. 인근 고물상들에 따르면 현재 폐지 시세는 1㎏당 60원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1㎏에 120~130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A 씨는 “요즘은 폐지만 가지고 와선 생활이 안 되고 전기밥솥, 고장 난 파이프, 캔 등 뭐든 끌어모아야 한다”며 “하루에도 200명 넘게 어르신이 찾아오는데, 폐지 하나라도 더 주우려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서울에서 폐지를 줍는 고령자는 총 3143명에 달한다. 절반 이상인 1621명은 80대 이상이었다. 폐지 수집 노인은 2021년 2363명, 2023년 2411명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분석 결과 폐지 수집 노인의 월평균 소득은 89만5000원이었으나, 이는 기초연금과 기타 근로소득까지 모두 합친 금액이다. 이들 중 23%는 기초생활수급자였고,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는 84%에 달했다. 서울에선 은평·관악·광진구 등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이 많았다. 이들 자치구에서는 각각 200~300여 명의 고령자가 폐지 수집을 하고 있다. 반면 강남·서초구 등은 30명 이하였다.
조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