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맨(Superman)’이 북미 지역에서 개봉한 지난 주말, 미 백악관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슈퍼맨을 합성한 포스터 이미지를 올렸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전 세계에 힘을 과시하고 있는 트럼프가 곧 신(神)적인 능력을 지닌 슈퍼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감독은 슈퍼맨은 미국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민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미국’이 보이는 부정적 측면을 비판하는 얘기라는 취지다. 또 미국 내에서는 영화의 주요 빌런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황금포카성 현실 인물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퍼파워 미국의 가치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슈퍼맨 영화 한편에 현재 미국 정치 상황의 여러 측면이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주 백악관이 올린 포스터에는 트럼프가 푸른색 슈트 위에 빨간색 팬티를 입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담겨있다. 포스터에는 “희망의 상징(THE SYMBOL OF HOPE)렙 ” “진실. 정의. 미국식 방식.(TRUTH. JUSTICE. THE AMERICAN WAY.)” “슈퍼맨 트럼프(SUPERMAN TRUMP)”라는 글귀가 적혔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 아니라 백악관이 직접 만든 것이다.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진정한 ‘강철의 사나이(man of steel)’”라는 댓글을 달았다.
슈퍼맨은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나면 초인적인 힘으로 위기를 해결한다. 이는 곧 ‘최강 군사 대국으로 세계 평화를 지키는 대체 불가한 존재’라는 미국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트국민은행 주식 럼프는 최근 중동, 서남아, 아프리카 등 도처의 분쟁에서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슈퍼맨이 평소에는 힘을 감추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본인의 노력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차이가 있지만, 트럼프와 백악관은 적극적으로 ‘슈퍼맨 붐’에 올라탔다. 하지만 슈퍼맨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트럼프의 바람과 달리, 영화 연출을 맡은바다이야기 pc용 제임스 건 감독은 슈퍼맨은 트럼프가 아니라 오히려 트럼프가 공격하고 차별하는 ‘이민자’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크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 슈퍼맨이 곧 이민자라는 얘기다. 건 감독은 더선데이타임스 인터뷰에서 “슈퍼맨은 미국의 이야기이며 이민자들은 타지에서 와서 이 나라를 채웠다”면서 “이 영화는 우리가 잃어버린 무엇이기도 하다”고 했다. 사실상 트럼프의 강력한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은유적으로 담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보수층에서는 “건 감독이 ‘슈퍼맨’이 아닌 ‘수퍼워크(Superwoke)’를 만들어 놓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워크는 ‘깨어 있다’는 뜻으로, 주로 바이든 정부 시절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도 현재 국제 정치 상황과 떼놓고 보기 어렵다. 12일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작가 래리 타이는 “음모를 꾸미는 기술 재벌이자 악당 렉스 루터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면서도 가장 불안정한 일론 머스크나 과대망상증 환자 마크 저커버그(메타 CEO)를 대신하는 인물로 여겨진다”고 했다. 또 영화에 나오는 가상 국가 보라비아의 대통령 바실 구르코스는 이웃 국가를 일방적으로 침범한다는 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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